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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곳조차 없는

기억의 색감으로 남은 북한살이 2년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북한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이미 폐기된 구식 사회주의의 기념물들이 즐비한 거리와 왠지 위화감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표정, 거기에다 특권층이 모여 있는 평양은 북한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실체는 철저하게 가려져 있을 뿐이라는 시큰둥한 마음까지. 그러나 영국 외교관인 남편과 함께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북한살이를 한 린지 밀러의 시선은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린지 밀러는 묘향산의 소나무 향, 연기 가득한 평양 맥줏집의 소란함, 동틀녘 원산 해변의 잔잔함 등과 같은 여러 감각들과 북한에서 자신을 에워쌌던 미묘한 감정들을 전달하려고 한다. 더불어 평양생활에 젖어든 우스꽝스런 외교관들의 이야기, 술에 취한 채 등장한 운전면허 심사관에 대한 이야기,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감싸던 들뜬 분위기 등을 읽다보면 우리는 깨닫게 된다. 『비슷한 곳조차 없는』이란 말은 그곳의 생활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강렬하게 솟아나는 감정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