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글을 쓰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다.
니클라스 루만
(다작의 화신으로 불리는 독일의 사회학자)
제텔카스텐 본문 중에서
어떤 일을 할 때는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흐름이 매우 중요하건만 지금까지 우리가 배웠던 글쓰기와 메모법에는 대개 이런 점이 고려되어 있지 않았다.이 책의 목표는 바로 이런 관례를 바꾸고자 하는 데 있다. 필자는 먼저 어느 평범한 양조장 집 아들을 20세기 사회과학자 가운데 가장 많은 저작을 남긴 존경받는 인물로 만든 메모 도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 동안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메모를 모으고, 책 귀퉁이에 감상을 남기거나 주제별로 메모들을 모아두었던 루만은 이런 메모법으로는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메모법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거꾸로 뒤집어보았다. 기존의 카테고리에 메모를 추가하거나 각각의 책에 메모를 남기는 대신, 작은 종이에 한꺼번에 메모하고 종이 귀퉁이에 번호를 단 뒤 메모한 종이들을 모두 한곳에 모았다. 메모 상자를 만든 것이다.
루만의 메모 상자에 약 9만 개의 메모가 들어 있다고 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숫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것은 그가 메모 상자를 활용하기 시작한 날부터 죽는 날까지 매일 하루에 6개의 메모를 작성했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여러분에게 매년 발표하는 저서 수를 따져서 루만과 경쟁하고 싶은 야망이 없다면, 하루에 메모 3개를 작성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매우 합리적인 시간 안에 의미심장한 임계치에 달하는 아이디어를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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