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호놀룰루—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오늘 이곳 호놀룰루에서 별세했다. 향년 90세. 하와이로 망명한 후 건강이 악화되어 병상에 누운 지 3년 하고 4개월이 지나던 참이었다. 뇌졸중은 결국 마우날라니 요양원에 입원 중이던 ‘한국 호랑이’를 쓰러뜨리고 말았다. 고향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다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꿈은 그렇게 사라졌다.
사망 당시, 오스트리아 출신 아내 프란체스카(65세)와 양자 이인수가 그의 곁을 지켰다. 이 전 대통령은 하와이 한인단체의 도움을 받아 의료비를 지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당시의 시간 속으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처럼 공과가 뚜렷하고 역사적 평가가 갈리는 인물도 드물 것이다. 각각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혹은 인식하고 있는 정보의 범위 내에서 이승만에 관한 저마다의 인상이 있겠지만 어떤 인물에 대한 입체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외부의 견해를 살펴보는 것이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열독률이 높은 부고기사로 정평이 난 <뉴욕 타임스>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망 당시에 작성한 부고 기사 중 다음과 같은 대목을 살펴보자.
한편, 수많은 한국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한반도를 식민 지배한 일본에 대해 깊은 적개심을
품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책들은 독립 이후에도
양국의 관계개선에 악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약 한 달 전인 지난 6월 22일에 한일협정이
체결된 것은 그의 죽음과 함께
의미심장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과오로 지적되는 것들 중 하나인 ‘친일파 청산’ 실패 문제는 막연히 그가 해방 후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기 십상인데 위의 대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뉴욕 타임스>의 관점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로써 하나의 새로운 시선으로 이승만이라는 인물에 대한 좀 더 입체적인 관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여담으로, <뉴욕 타임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고기사에서 그가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를 했음에도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배재학당에 입학한 것으로 묘사하였으나, 실제로 이승만은 과거에 낙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잘못된 정보가 어떻게 부고기사 작성자에게 전해졌는지, 그 경로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부분이다. 이처럼 세계사를 관통하는 인물들이 사망했을 당시에 쓰인 부고기사를 읽는 것은 우리에게 무척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 사망했을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현재의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혹은 그대로인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도 가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망이라는 엄숙한 순간에 맞춰 작성된 문장들은 한 인물에 대한 가장 응축된 콘텍스트가 되어 짧은 시간 안에 역사적 맥락에서 그 인물에 대한 정보들이 각인되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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